여가의 역사(중세시대˙르네상스˙근˙현대)

 

 

3. 중세시대의 여가 

 

A.D.300~ 1000년 간의 중세 초기를 소위 여가의 암흑기(dark age)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로마의 몰락과 가톨릭의 전파는 여가현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가톨릭 교회는 생활의 목적이 내세(next life)를 준비하는 것이라 가르치며, 근면한 노동과 명상(Comtamplation)을 중요시하였다. 여가의 내면적 가치를 중요하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중세까지도 영향을 주어 중세 초기에는 여가의 궁극적 형태가 구원을 추구하는 명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기독교적 신비주의에서의 명상적 이상은 신성하게 묵상하는 여가가 최상의 선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기에 가톨릭 교회에서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향락적인 여가활동을 통제하였다. 절도 있는 생활 속에서 가톨릭의 종교적 질서에 관련된 중세시대 여가는 종교의식 및 주일과 공존하였고, 교회의 광장이나 촌락의 공유지인 광장을 중심으로 축제가 열렸다. 

 또한 중세사회의 봉건제도는 토지를 매개체로 한 쌍무적 주종관계를 형성하여 봉건영주들과 기사집단의 지배계급과 농업에 종사하는 농노라는 피지배계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 베블렌(Veblen)은 지배계급을 유한계급(leisure class)이라 하여 이들은 관습상 생산적인 일로부터 면제되거나 제외되어 있었으며, 어느 정도 명예가 따르는 특정지역을 차지함으로써 피지배계급과의 계급구별을 매우 엄격히 하였다. 여가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사회적인 표현이었다. 상류지배계층인 영주 · 귀족 ·기사들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여가문화가 출현하게 되었는데, 기사제의 도입 ·정착으로 기사문화를 중심으로 한 여가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들 엘리트계층의 여가활동은 무술시합이었으며, 왕족과 귀족대상의 관전경기형태로 발전하였다.  오늘날 스포츠맨십의 기사도정신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계급별로 구분된 여가활동으로 지배계층은 축제,연회,수렵,여행,도박,승마,음악,사냥, 독서 등을 즐겼다.  기사들은 교양을 넓히기 위해 독서, 음악을 즐겼으며, 농민들은 농한기를 이용한 음식, 술, 노래, 춤, 경기, 볼링, 수렵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 있어서 생일, 경사 등을 위한 연회, 축하행사를 가지며, 교회가 인정하는 공휴일을 이용하여 여가생활을 즐겼다.  그리고 영주의 지배를 벗어난 상공인들은 자유인으로서 여가시간을 이용해 음악, 건축, 골프, 여행 등을 레크리에이션이나 취미생활로 즐겼다. 성직자들은 세속적인 여가활동은 하지 않았으나 연극, 미술, 문학, 철학, 과학 등 순수한 예술, 문학, 창작활동에 참여했다. 

 

4. 르네상스 ·종교개혁기 여가

 

 중세 초기의 침체와 암울했던 시대를 벗어나 문화발달의 여명을 비추게 한 것은 '인간중심의 가치관을 기본정신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하자'는 자유사상에서 출발한 15~16세기 문예부흥이었다. 르네상스는 그리스시대 이상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인간생활과 문화를 건설하려는 운동으로 중세에서 근대로, 정태적 문화에서 동태적 문화로 , 봉건사회에서 도시 개인주의적 사회로 연결하는 중대한 전환기가 되었다.

 르네상스시대의 여가활동은 주로 자기계발과 지적인 욕구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었는데, 이것은 오늘날 균형 잡힌 생활을 강조하는 건전한 여가생활의 추구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귀족 및 왕조의 후원 하에 문학, 드라마, 음악, 미술, 발레 등의 활동이 권장되었고, 극장 및 오페라하우스의 건설과 함께 교양적 시설이 증가하였다. 

 

 

5. 근대사회의 여가

 

 자유주의와 산업자본주의를 성립시킨 1870년 영국의 산업혁명은 서구근대사회 형성의 계기가 되었고, 삶의 질서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규모 상점이나 가내수공업을 통해 생산되었던 제품의 생산이 대규모 공장으로 이전되었고, 기술발달로 인해  노동자들이 기계를 이용하게 되면서 많은 양의 물건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표준화된 작업을 하였고, 노동시간은 증가했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여가의 개념이 체계적으로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당시의 여가는 노동시간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었으며, 여가개념은 비노동시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시 노동계급의 여가문제는 과거 봉건주의 사회의 특권 계급이 누리던 여가와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것이었다. 

 근대사회의 여가는 산업노도을 위한 재충전 혹은 회복을 위한 문제로서 출발하게 된다. 

 

 근대사회의 여가는 노동에 종속된 개념으로 취급되었으며, 여가의 역할은 단지 노동에서 생기는 긴장과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기분전환, 휴양, 휴식의 영역에 머물렀다. 당시의 특이한 변화는 상업주의화된 여가와 에너지 소비적 여가가 지배했다는 점이며, 이러한 여가의 상업화는 영화와 TV 등의 영상매체가 등장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영화와 TV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조우할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여가의 획일화와 무감각화를 초래하였다. 다른 의미에서 TV나 영화와 같은 영상매체의 등장으로 새롭게 형성된 대중오락은 종래의 계급지향적 성격에서 계급적 경계를 흐리게 하는 본격적인 대중문화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이 시대의 여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여가문화와 놀이문화를 변질시켰다. 일과 생산이 시대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 일 중심의 사고방식과 철학이 근대유럽을 지배하게 되었다.

 

둘째, 일과 여가시간의 구분이 확립되었다. 노동시간이 연장되고 상대적으로 가용여가시간이 감소됨으로써 노동의 대립개념으로 여가에 대한 욕구가 증가되었다.

 

셋째, 급격한 도시화 현상을 촉진시켰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산업사회는 많은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들임으로써 도시 내에 확보된 상업적인 여가 공간 및 시설들을 이용하게 되었으며, 여가행태는 개인중심의 상업화된 여가를 즐기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사기업정 유흥 ·오락시설의 증가와 여가산업의 발전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넷째, 여가향유패턴이 근교 야외여가활동의 증가로 변화되었다.  자동차의 출현은 여가향유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6. 현대사회의 여가

 

 현대사회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풍요를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으로, 일 중심의 생활보다는 여가중심의 생활을 추구하려는 의식구조가 현저해졌다. 산업구조와 생산방식,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간성이 상실되었고, 심리적 불안과 갈등을 야기시켜 삶의 보람을 노동보다는 여가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현대사회는 한마디로 '대중여가시대'또는 '대중문화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교육과 평등사상의 확산으로 유한계급의 문화독점이 무너졌고, 기업가는 대중의 문화욕구에 대응하여 값싸고 대중적인 서적,잡지,사진, 스포츠용품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등 대중매체를 통하여 대중문화라는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대중문화는 당연히 놀이 또는 여가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소위 '여가의 대중화 '혹은 '여가의 민주화'가 실현되었다.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볼 수 있는 신유한계급인 중산층에서는 소득에 비해 여가가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린더(Linder)는 이와 같은 현상을 '시간 기근문화(time famine culture)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인간이 산업화와 밀착되고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한꺼번에 더 많은 활동을 하고자 하기 때문에, 자연히 시간을 쪼개어 능률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현대의 여가는 목적화되고 산업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사회 여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가가 하나의 권리로 인신되어감에 따라 국가적, 나아가 국제적 차원의 사회정책적 대책이 요구된다.

 

둘째, 여가정책 및 개발 등에 있어 관료체제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셋째, 현대의 여가문명은 소비성과 직결되어 소비혁명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넷째, 국가가 국민의 여가복지를 위해 장기적으로 시설계획 및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다섯째, 여가가 독자적 형태를 지닌 독립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섯째, 노동 ·여가관이 '노동에 따른 부차적 휴식으로서의 여가'에서 '여가를 위한 노동'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되고 있다.